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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8_스페인

2008.09.27 (토) - 마드리드 시내 걷기

일정 :

왕궁 (Palacio Real)
마요르 광장 (Plaza Mayor)
솔 광장 (Puerta del Sol)
알깔라 문 (Puerta de Alcala)
레띠로 공원 (Parque Retiro)
아또차 역 (Estacion de Atocha)
소피아 미술관 (Centro Arte de Reina Sofia)
프라도 미술관 (Museo del Prado)
그란 비아 (Gran Via)


버스나 지하철 한 번 안타고 오로지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었다! :)  물론 중요한 곳은 다 거치면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첫 날이다. 어제는 밤 늦게 마드리드에 떨어져 컴컴한 도로를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때문에 스페인을 실감하는 것도 오늘이 처음! (먼저 숙소에 도착해 있는 친구가 문을 열어줬던지라 어제는 내가 여행을 왔다기 보다는 좀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를 방문한 느낌이 살짝 들었지. ㅋㅋ "똑똑" "누구세요?" "나야~ 방금 도착했어~" 아 정말 홀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만나는 친구는 어찌나 반갑던지. ㅠ_ㅠ )
9월말의 스페인 아침 공기는 기분좋게 잠을 깰 만큼 상쾌하고 시원하다. 흐읍~~ 이게 스페인 공기구나! 토요일 아침의 차분하고 한산한 도로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며 신호등, 도로, 버스 모두가 깔끔하다.  

이른 아침이라 레스토랑들은 문을 안열었고, 작은 바에서 갓 구운 노릇노릇한 크로아상과 따끈한 커피를 팔고 있었다. 오호 이것이 스페인식 아침식사인것인가! + _ + 주위를 보니 비슷비슷하게 생긴 바들이 여럿. 좋아 우리도 빵과 컵휘로 아침을 때워보자~ 하고 하나를 골라잡아 들어갔다. 바에는 먹음직스런 빵들이 이쁘게도 진열되어있고, 한손에는 커피잔, 한손에는 담배를 쥔 스패니쉬들이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친구는 크로아상과 카페라떼를, 난 츄러스와 에스프레소를 주문. 오우 츄러스....이렇게 담백과는 거리가 먼 맛이었던가; ㅠ_ㅠ 아침부터 기름기 좔좔 흐르는 츄러스 '튀김'은 에러다.

홈리스가 누워 있어 재빨리 지나간 공원,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규모에 절도있는 기품이 흐르는 왕궁을 지나고 종탑이 아름다운 알무데나 대성당을 지난다. 무슨 큰 행사가 있는 걸까? 수많은 신부님, 주교님들과 방송국 카메라까지 동원된 시청사 옆의 성당.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니 그냥 궁금해하면서 지나칠 수 밖에. 마요르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펠리페 3세의 동상이 우뚝 서 있고, 누군가가 던지는 빵조각에 비둘기들이 난리도 아니다.

마요르 광장



푸에르타 델 솔. 스페인 각지로 통하는 9개의 도로가 시작되는 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0km를 표시하는 바닥을
겨우 찾아내서 찰칵! 그런데 곁에 있던 한국 단체 관광객 중 한 분이 셔터를 누르는 내 손가락을 보셨나보다. 정확하게는 손가락에 낀 묵주 반주를 보셨다.

"어머, 성당 다니시는가보네?"


반갑게 말을 걸어주시는 아주머니

"네 저 성당 다녀요 ^^"

"우리도 성당서 왔어~ 신부님 모시고 성지순례 온거거든"
"아 그러세요? 반가워요. 전 친구랑 여행왔어요"


젊은 처자 둘이 여행 온 것이 어르신들 보기에 신기했는가보다.

"아니 어떻게 여길 왔대? 이 멀리까지?"


하시며 관심을 보이시고 또 반갑게 웃어 주신다.

"어떻게 오기는 비행기 타고 왔겠죠. 하하. 어디 성당서 왔어? 내가 신부야 신부. 안식년 소속 신부"


안식년 소속이라니. ㅋㅋ 유머감각 있는 신부님~ 그런데 그때 여행 첫날 신부님을 만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냉큼 강복해주시기를 청했다.

"신부님! 저희 오늘 여행 첫날이거든요~ 여행동안 건강하게 잘 구경하도록 축복 내려주세요 ^^"

"그래그래 세례명이 뭐니?"
"엘리사벳이요~"


우린 그렇게 마드리드의 길거리 한복판에서 강복을 받았다.
사실 여행오면서 스페인 치안이 안좋다는 얘길 워낙 많이 들은지라 잔뜩 긴장한 상태로 거리를 나선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긴장도 풀 수 있고 또 너무너무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다니.

지도도 펼치지 않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표지판에 의지하며 신나게 걸었다. 스페인 은행과 중앙 우체국을 지나 도착한 곳은 레티로 공원. 조깅하는 사람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가득하다. 호수 위로 카누(카누 맞나???)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너무 여유롭고 멋있어 보인다. 게다가 스페인 사람들은 다들 얼굴에 수염이 북실북실하고 아담할줄 알았는데 웬걸! 훤칠하니 시원시원한 미소를 방긋 날려주는 훈남들이 가득하지 않나~ 이런 좋은 동네 같으니!! 으흣.



아토차역 주변에 과장 안하고 100m쯤 길게 늘어선 택시들을 뒤로하고 소피아 왕비 예술 센터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피카소의 그 유명한 작품 <게르니카>가 있는 곳이다. 굉장히 모던한 외관의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카소의 작품이 있는 전시실로 제일 먼저 향했다. 역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 있는 곳은 <게르니카>가 걸려 있는 방. 와!!! 하얀 벽면 한쪽을 모두 차지할만큼 커다란 작품이었다. 미술시간에 너무나 좋아했던 이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는구나...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것에 격분하여 그렸다는 이 그림. 흰색과 검정색으로만 그려져 마치 커다랗게 출력한 인쇄물 마냥 건조함마저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고통, 절규, 공포의 비명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림이 말을 하진 않지만 다들 약속이나 한듯 숨죽여 감상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작품들로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의 작품도 있었는데 미술관을 다녀온 소감들은 따로 자세히 포스팅을 할 예정 :)

아침의 쌀쌀함이 싹 잊혀질만큼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천천히 또 걸었다. 이번에 향한 곳은 프라도 미술관. 무료 입장 시간인 5시를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는데 스페인 호랭이가 장가를 가는 모양이다. 잠깐 동안이지만 해가 쨍쨍한데 비가 내렸으니 말이다. 무료 입장을 기다리는 많은 관광객들이 미술관 주위의 풀밭에 누워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기타를 감상했다. 미술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느긋함이 참 보기 좋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이곳 프라도에는 책이나 TV에서 보고 들은 그림들이 정말 많았다. 궁정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 Las Meninas>를 포함한 왕족의 수많은 초상화들과 세밀하게 그린 만화의 느낌이 났던 Bosch의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뒤러의 <아담과 이브>, 엘 그레코의 <성 삼위>, <다윗과 골리앗>,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자식을 먹는 사투르누스> 등등! 그 유명한 명화들을 모~두 만나고 온 것이다! 으하하.

한낮에는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더니 스페인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면 슬슬 활동 개시를 하는 것일까. 어느새 Gran Via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

명동 한복판에 서 있는 것처럼 요란한 불빛과 사람들에 치이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한 해물 요리집을 찾아갔다. 어우 막 수족관에 랍스타랑 물고기들이 헤엄쳐주시는 가게인거지. 그러나 여행객에게 랍스타는 사치요, 가장 저렴한 해물인 오징어와 쭈꾸미가 포함된 모듬 요리를 시켰다. 엄 이 요리로 말할것 같으면 보시는바와 같이 온통 튀겨낸 '모듬 튀김' 되겠다. 새우 튀김, 오징어 링 튀김, 쭈꾸미 튀김과 재료를 알 수 없는 아마도 어묵 비스무리한 것의 튀김 퍼레이드! 한접시를 다 비울 무렵에는 좀 느끼하긴했지만 맛은 그냥그냥 괜찮았다. 식사로 먹기 보다는 시원한 맥주나 샹그리아 한잔과 함께 하면 어울릴 듯 하다.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먹은 것도 소화시킬겸 다시 걷기 시작. 결국 오늘 하루는 바퀴 달린 물건의 도움 없이 튼튼한 두 다리로 마드리드의 절반을 도는 코스가 되었다. ^^ 마드리드 별거 아니구나~~ 히힛.
 
마드리드 시내를 걸으면서 눈에 많이 띄었던 것 두가지!
신호등의 짹짹 소리 -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새 소리가 난다. 짹짹짹짹~~ 근처에 신호등이 여러개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짹짹 거리는 소리가 들림...
하얀 택시 - 택시 진짜 많다. 그리고 친절하다. 도착한날 밤 호텔까지 택시로 이동했는데 너무 편하게 잘 이동했다. 단 무지 비싸다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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