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났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두둥~
소피아 미술관 - 로히 리히텐스타인의 BRUSHSTROKE
지도를 펼치고 걸으면서 건물 꼭대기에 돔이 얹어져 있고 어여쁜 테라스를 갖춘, 실내에는 떨어질듯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렸을법한
고풍스러운 건물을 찾고 있었다. '유명한 미술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랄까? 그런데 도착한 소피아 미술관의 외관은 굉장히 모던했다. (하긴 소장된 미술품들도 현대 미술인데 왜 궁궐같은 미술관을 상상했지?) 18세기 후반 종합병원으로 세워졌다가 1990년에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는 이곳. 세련된 붉은색 벽과 사면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채 건물 외부로 툭 튀어나온 엘리베이터마저 작품처럼 느껴진다. 미술관 앞마당에는 붓으로 휘갈긴듯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작가 로히 리히텐스타인의 작품이다.
이곳에는 피카소, 달리, 미로 등 미술책에서 수없이 이름을 보았던 유명 작가들을 포함한 많은 현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게르니카
가장 볼만한, 또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역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들 수 있겠지? 사실 이번 스페인 여행 일정에 포함된 미술관 관람 중 만나기를 가장 기대한 작품도 <게르니카>가 아니었던가!! 사진으로만 봐도 장난기와 화려함이 묻어나는 다른 그림들과 달리 폭력이 느껴지던 무거운 바로 그 그림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거 정말정말 놓쳐선 안되는 작품이다. + _ +
난 당연히 미술관의 지도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피카소 전시실로 향했다. 큐비즘으로 표현되는 피카소의 독특한 스케치들을 지나 관광객이 많이 몰려 있는 방에 도착. 와! 이게 바로 <게르니카>!!! 입이 떡 벌어졌다.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작품. 붓터치가 느껴지지 않고, 흑과 백으로만 표현되어 마치 커다란 인쇄물을 마주한 것 같다.
납작납작 평면적이고, 바다 깊숙히 가라앉은 풍경인 듯 고요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흐느끼고 쓰러져가는 움직임도 느껴진다.
약속이나 한 듯 침묵 속에 그림을 감상하는 많은 관광객들. 그 앞에서 그림이 처절한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는 것도 같다.
주위에 다른 작품들 없이 오로지 <게르니카>만이 전시실 하나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생각 없이 그림에 집중하여 감상하기에도 좋았다.
이 작품은 1937년 프랑코 독재 정권의 사주를 받은 독일 나치 전투기들이 게르니카(Guernica)를 폭격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피카소가 무고한 주민들이 살해된 이 끔찍한 소식을 듣고 분개하여 그린 그림이 바로 <게르니카>인 것.
이 거대한 작품을 감상하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면 <게르니카>를 그리기 위해 스케치한 많은 스케치들을 또한 감상할 수 있다. 검은 선들로 표현된 표정 하나하나에서 괴로움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집에도 미로 그림이 하나 걸려 있는데 복잡한 생각 없이 도형과 색상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어 머리가 답답할 때 바라보곤 한다. (왠지 '감상'이라는 단어 보다는 '본다'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커다란 그림 하나를 골라 윤곽만 대충 일기장에 따라 그려본다. 선을 따라 그리다보니 하나의 선이 끝나는 지점을 다른 선이 막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아 분명 위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린거였는데 전혀 다르구나 -_-a
The Great Masturbator
초현실주의 하면 떠오르는 작가 달리의 그림도 있다. 책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한 시계 그림은 없었지만 <The Great Masturbator>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소연이 우주선에서 바라본 눈부신 우주의 빛이 저런색이 아닐까 싶을만큼 밝고 신비로운 파랑 바탕. 뭘 표현하려 한걸까 -_-a 뭔가 에로틱한 분위기도 풍기고말이지. 그리고 저 커다란 메뚜기 배 위로 쏟아지는 깨알같은 개미들. 달리 그림에 개미들도 많이 그려져 있었는데 왜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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