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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7_터키

2007. 07.18 카파도키아 - 열기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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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열.기.구.추.락 사건!!

열기구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 정말 많이 고민을 했었더랬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가 그렇게 최고라는데..
내가 언제 또 카파도키아에 오겠어? 타야겠지?
근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달러도 모자르고..
돈이야 카드로 뽑아서라도 일단 마련하면 되지~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타야하는데.. 야간버스 이틀이나 탔잖아. 좀 푹 쉬어야 하지 않겠어?
평생 한번 있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너~~

결국 열기구를 타기로 결정!!!!
난생 처음 열기구를, 그것도 고인돌 마을같은 이곳 카파도키아에서 타게 되었다는 설레임을 한가득 안고 아침 일~찍!! 4시에 눈을 떴다.

열기구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깰까봐 조심조심하면서 잽싸게 나갈 채비를 마친 우리들.
숙소 앞에는 이미 열기구가 뜨는 곳까지 우리를 데리고 갈 차가 마중나와 있었다.

나름 차가운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발!
꺄!! 웬일이니 웬일이니~~ 열기구를 다 타보고!! > _ <
신난다 신난다 신난다 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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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같은 기구를 타게 될 서양인 두 명도 차에 올라탔는데, 얘네들 정말 오바쟁이들이었다.
아무리 새벽 바람이 살짝 차갑기로서니 이불을 둘둘 말고 나오다니...
얼어죽을까봐 걱정됐나보지? ^^;

우리를 태운 차는 벌판을 한~참 헤맨 후에야 열기구 앞에 도착했다. (정말 이 사람이 무사히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싶을만큼 한참을 헤맸다;)

벌써 저 멀리 하늘에는 다른 사람들을 태운 열기구들이 동실동실 떠오르고 있었고, 우리의 열기구는 이제 막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하려는 타이밍. 기다리는 동안 작은 테이블에 마련된 다과를 즐기면서 난생 처음 경험하게 될 열기구 투어에 잔뜩 좋아라하고...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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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면서 우리의 열기구도 하늘로 올라갈 채비를 마쳤다. 홀쭉한 채로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있던 기구가 어느새 공기를 가득 채우고 빵빵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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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옥희)


기구를 운전하는 아저씨를 중심으로 양쪽에 두칸씩.. 총 네 칸에 사람들이 올라탔다. 내가 상상했던것처럼 여유로운 탑승과는 거리가 멀던걸; 난.. 커다란 바구니에 열명정도의 사람이 여유롭게 올라타서 바구니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다가 바닥에 다리 쭉 뻗고 앉아보기도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콩나물 시루에 빽빽히 담긴 콩나물마냥 사람을 잔뜩 '심어'놓는 탑승이었다. 푸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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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열기구를 타게 될 줄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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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를 운전하는 아저씨가 탄 칸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저건 아마 가스통 같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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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찍은 사진.


15분쯤 떠다니고 있었을까? 카파도키아의 멋진 자연경관을 한눈에 보려면 열기구가 한참은 높게 떠올라야 할텐데.. 어째 계속 같은 높이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다른 기구들이랑 비교해봐도 턱없이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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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서 빌빌거리는 우리 기구... 이래가지고서야 눈앞에 점점 다가오는 산을 넘어갈 수 있을까 살짝 의심스러울 무렵 열기구를 운전하던 아저씨가 핸드폰으로 뭐라뭐라 신경질적인 통화를 하기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SIT DOWN'을 외치는 아저씨.

응? 뭐래? 우리보고 하는 소리야?
앉으라고? 왜? 이 좁은 바구니에?
그런가봐. 서있기도 좁은데 꼭 앉아야해?

머뭇거리는 우리를 보고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아저씨.
앉어! 앉으라고~
 
그제서야 허겁지겁 비좁은 바구니 안에 꽉~ 껴서 앉아버린 우리들. 밖이 내다보이질 않으니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도 보이지 않고.. 그저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고개 내밀지 않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거 혹시 서프라이즈 아니야?
그렇겠지? 연출인가봐~
앉아있다가 일어나면 하늘 꼭대기에 올라가있는건가? 우리 놀래켜주려고?


상황 파악 못한 우리들은 이것도 열기구 투어의 한 부분인줄 알았더랬다. -_-;;
그러나 사실은. 이때부터 추락하고 있었던것...
바구니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일행이 바구니 틈새로 밖을 내다보고 소리질렀다.

으악. 우리 지금 전선 바로 위에 지나가고 있어~
나무 위에 떨어지겠다!


웅성웅성.
안전장치라고는 전혀 없는 기구 안에서 바구니 안쪽에 고리모양으로 달린 손잡이와 그나마 꽉 껴서 앉아있는 덕에 한쪽으로 밀리거나 하지는 않는 서로에게 의지한채 그대로 쭉 추락했다. ㅠ _ ㅠ
다행히 열기구 추락이라는 것이 빠른 속도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죽겠구나싶진 않았지만 바구니 틈새로 나뭇가지들이 들어오고 전선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갈때는 어찌나 겁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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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지막 착륙이 매우 터프해서 바구니가 옆으로 누운채로 논두렁인지 밭두렁인지를 텅텅 쓸고 지나가는데 그땐 정말 바구니에 매달려서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머리와 크게 박치기를 하고 별도 보았다는거.;; 나는 그나마 바구니가 옆으로 누운 상황에서 가장 윗층에 자리잡은 격인지라 사람에 눌리진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막내가 바구니 젤 아래층에 있었던 모양이다. 큰일날뻔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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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충격이 큰 가운데, 몇몇은 착륙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부딪히다 작은 상처가 났고 지영이는 조리 끈이 똑! 떨어진 피해를 입었다. 끈 떨어진 조리는 신발로서의 생을 마감한 것이나 마찬가지!! 마침 누군가가 비닐봉투를 건내줘서 임시조치를 했지만... 이게 뭐냐고.. ㅋㅋ
그거 명품 조리라 하고 물어내라 그래~~
어느새 농담도 하는 여유를 발휘하는 우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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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아쉽다...
언제 또 기회가 될 지 모르는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 투어였는데....
이제는 추락사건 마저도 잊지못할 추억거리가 되긴 했지만 말이지. ^^;

한시간 이상으로 예정되어 있던 우리들의 열기구 투어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사고 덕분에... 투어 가격은 $40 으로 저렴하게. ㅋㅋㅋㅋㅋ
물론 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우리와 함께 탄 외국인들도 돈을 냈다 하고 뭐 그래도 과자도 많이 집어 먹었고, 10분정도는 하늘 위에서 즐거워하기도 했으니 그정도에서 결정하기로 한 것.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 사건.
두고두고 잊지 못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