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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7_터키

2007.07.18 카파도키아 - 카이막클르 지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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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열기구 추락이라는 평생 한번 경험할까말까한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경험한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자고 있는 일행들 (열기구 안타고 잠이나 푹 자겠다던 일행들)을 깨우며 호들갑을 떨었다. 언니~ 좀전에 우리가 말이죠 기구를 탔는데요, 갑자기 아저씨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앉으라 그러고~ 어쩌고 저쩌고... 사실에 과장 쬐금 보태서 열기구 추락 경험담을 정신없이 쏟아놓았다. 정말이지 이건 두고두고 이야기할만한 모험담이 생긴거라니까.


여튼... 잠이 확 달아나버린 아침. 식사를 일찍 마치고 카이막클르 지하도시로 향했다. 이 근방에는 지하도시가 여럿 있는데 카이막클르 지하 도시는 깊이 55m에 8층 규모로 데린쿠유 지하도시와 함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 했다. 어둡고 좁은 미로같은 길을 잘못 들어섰다간 동굴귀신 되기 딱인 곳이었다. 햇빛이 이글거리는 바깥 공기와는 달리 왠지 기분나쁠정도로 서늘함이 느껴지는 동굴 입구. 땅 속 저 깊은 곳 어디선가에서 시작되어 올라왔을 바람이 앞머리에 와 닿는다. 마침 먼저 동굴을 한바퀴 돌고 나오는 중인(입구와 출구가 같은 곳이다.) 한국인 커플을 만났는데 화살표 안보고 돌아다니다가 한참을 헤맸다면서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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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살짝 정신 놓은 표정으로 대사 한번 쳐주시고~

"에이 설마 길을 잃겠어? 사람도 이렇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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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근데 그게 아니었다!!!
이정도 규모의 도시가 지상에 있었어도 충분히 어지러울판인데 잘 보이지도 않는 지하에 좁은 통로만이 구불구불 연결되어있어 정신 바짝 차리지 않다가는 뭐에 홀려버릴 것만 같다. 관광객들이 지나는 통로에는 램프가 켜져있어서 앞이보이지만 램프가 없는 길은 그야말로 암흑이다.  한번은 신나게 사진찍으면서 앞서 나가다가 제일 뒤에 오던 일행의 꼬리에 붙었다. 뱅글뱅글 돌아서 제자리로 온 것이다.헉!!! 그땐 진짜 어찌나 섬뜩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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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둥근 돌덩이는 비상시에 통로를 막기 위해 굴리던 돌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 규칙적으로 홈이 파인 곳은 화장실이다. 지하도시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살았던 곳인만큼 곡식 저장소, 식탁, 침실, 화장실 등 용도에 따라 방들이 나뉘어 있었다. 지금이야 관광지가 되어 지하도시 자체가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 되었지만 실제로 이곳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지하도시의 깊이보다 깊고 불꺼진 통로보다 어두웠을거라는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