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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6_스위스

2006.08.18 - 루체른 (리기)

Luzern

빗소리와 천둥소리에 눈이 떠졌다.
이런..  리기산에 올라가야 하는 날인데.. 요즘 스위스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더니만
번개까지 치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일단 아침식사부터 하고 생각하자... 하면서 아침부터 먹고
(별 4개짜리 호텔의 푸짐하고 맛있는 아침식사!! 여행중 다닌 숙소중 최고였다. -_-b)
짐가방을 싸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는데..
역시!! 우리의 날씨 운이 또 따랐는지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
(여행을 떠나 오기 전에 소영언니가 준비한 상본 중 여행의 수호 성인인 크리스토퍼 성인의 상본을 뽑았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눈물나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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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zern 도착

루체른 역에 내리자 가장 먼저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함께 저 앞에 카펠교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색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새파란 하늘 아래!!
카펠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는데
다른 한국인 여학생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저기요, 저희 둘 사진좀 찍어주실래요?"
생글생글 예쁘게 웃으며 여학생이 카메라를 건내 받으면서 말한다.
"어머, 그럼요. 찍어드려야죠~ 날씨 너무 좋죠?
카펠교 어디가 나오게 찍어드릴까요? 너무 이쁘죠, 그쵸?"

웃으면서 상냥하게 이야기하던 그 여자아이 덕분에 기분이 한층 업!
역시 웃는 사람이 제일 이쁘다니까 ^-^

유럽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라는 카펠교.
그 위를 걸으면서 지붕 천장의 판화를 감상했다.
이번에는 다리 위에서 곱게 차려 입으신 서양인 할머니가
"사진 찍어줄까?"
하고 물으신다. 먼저 친절을 베푸는 할머니의 여유로운 마음씨와 자상함이라니..
(할머니가 두번이나 찍어주셨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사진은 잘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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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i로 향하는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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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i 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여러번에 걸쳐 이동을 해야한다.
먼저 루체른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피츠나우(Viznau)역까지 이동한 다음에
피츠나우역에서는 등산열차로 Rigi Kulm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내려올 때는 등산열차나 케이블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가 산 티켓은 유람선, 등산열차, 케이블카가 포함된 티켓으로
내려오는 길에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에메랄드빛의 호수 너머로 스위스 국기가 간간이 박혀있는 산들을 바라보며 배를 타는 기분. 캬~

그 어느 놀이동산의 동화마을도 이만큼 이쁜 풍경을 만들어내지는 못할걸. 절대!!

호수속에 붓을 푹 찍어서 바르면 초록색이 주루룩 흘러내릴것만 같은 호수 빛깔.
거기에 빨강, 노랑 물감을 조금 더 보태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다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맨눈으로 봐야 한다며 선글라스도 끼지 않고 호수에 반사된 햇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유람했다.
(피부 노화가 촉진되었을수도..;)


Rigi

간간이 산 봉우리의 한가운데 떡하니 박혀있는 스위스 국기가 보이곤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북한산이며 관악산 봉우리에 커다란 태극기가 박혀있는 것과 다를바 없는..
그런데 그 모습이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태극기가 박힌 산은 사실 좀 부담스럽다;)
초코렛에 스위스 국기가 그려져 있으면 "맛있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것 처럼
스위스 산에 박힌 빨간 십자가는 그냥 자연의 한 일부인것처럼 느껴졌다. 왜일까?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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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나우역에서 등산열차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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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znau 역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구름 위로 봉우리를 향해 올라갔다.
열차를 타고 한창 올라가고 있을때쯤
열차 안의 사람들이 동시에 탄성을 지르며 호수쪽 창가로 모여들었다.
저~ 아래로 높이 100m쯤은 되어보이는 침엽수림 사이로 펼쳐진 호수와 산, 집들이며 소들의 모습!

귀가 멍멍하다 싶더니 등산열차의 마지막 역인 Rigi Kulm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씨마저 넉넉해진 관광객들이 서로 웃음을 건내며 사진을 찍어준다.
역시 날씨가 좋아야 성격도 좋아지는건가? 흐흐...
(하루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날씨를 다 느낄 수 있는 체코에서와는 사뭇!!!! 달랐다.)
사방팔방 어느곳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풍경들이다.

기분이 한층 업되서 배고픈 것도 있고 (점심은 역시 호텔에서 집어온 몇개의 딱딱한 빵과 비스킷으로 물도 없이 해결했다.; 산 위에서는 생수 한병이 거의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쯤 하는데.. 도저히 아까워서 살수가 있어야 말이지.) 열심히 사진 찍으면서 하이킹을 즐겼다.

한국에서라면 살짝 민망했을 포즈들도 취해가면서..ㅎㅎ
Rigi Kulm 에서부터 한 구간을 걸었다.
가족단위로 배낭을 하나씩 매고 하이킹하는 모습들이 어찌나 보기 좋고 부럽던지. 유모차부터 시작해서 강아지까지 말 그대로 '온 가족'이 총출동된 하이킹 부대가 참 많았다. 훈훈한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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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기만 하는데도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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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적한 산꼭대기 하이킹 코스에 우리 둘을 찍어줄 사람을 찾느니
그림자라도 함께 찍어보자하는 생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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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i Kaltbad 역에서 선착장까지는  케이블카를 탔다. 경사가 거의 60도는 되보임직한 절별을 내려오면서 저 아래 그림같은 호수로 빠져드는 느낌. 스위스에서 자연 감상은 정말 원없이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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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잘 보면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케이블카 유리창에 살짝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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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도같은 저 풍경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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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ggis 역에서 유람선 한번만 타면 약 한시간 안에 바로 루체른으로 가는 일만 남은 상태였다.
예상보다 여유롭게 루체른 시내를 둘러볼 수 있겠다고 좋아했으나..
바로 여기에서 우리의 실수가 발생!!
아무 유람선이나 타면 루체른으로 간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훌쩍 유람선에 올라 버린 것.
타고 보니 어째 방향이 이상하다 싶어 앞에 앉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물어보니
"한정거장 거꾸로 갔다가 다시 루체른으로 가는거 맞아요."
하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 한국인 남학생을 철썩같이 믿었건만!!
(외모에서 풍기는 모범생 이미지가 한층 신뢰감을 더해주는 남학생이었다.)
"쟤들 내릴 때 내리면 되겠다."
하며 마음 놓고 유람한지 어언 두시간쯤?? 아무리 가도 아침에 출발한 루체른 선착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제서야 표 검사하러 온 승무원이..
이건 아니라고... 돌아가야 한다고... 너무 많이 거꾸로 와버렸다고...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한다. 어머나!! 세상에!! ㅠ_ㅠ
배 위를 둘러보니 따뜻한 햇살 아래 피곤해 쓰러져 있는 한국 학생들..
"저기요~ 루체른 가신다 그랬죠?
우리 계속 반대로 왔어요. 이번에 내려서 돌아가야 한대요."
내 말을 알아들은 한국인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서둘러 다음 역에서 내렸다.
나 아니었음 다들 거꾸로 한없이 흘러갔어. 알어? 고마워 하라고~
(그 와중에 어떤 여학생 둘은 방향도 모르고 탔냐며 싸웠는지 냉랭한 기운이 흘렀다.)
덕분에 50분이면 루체른에 도착했을 것을 돈 더 내고 장장 4시간만에 돌아오고 말았다.
유람선 한번 원없이 탄거지 모.
처음에 배 위에서 우리를 안심시켰던 그 남학생이 미안했던지 이런저런 말을 붙이고 갔다.
"이상하네요. 지도로 봤을 때 분명히 이 배였는데..;"
이그..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뭘.

그건 그렇고..
이번 우리 여행의 테마는 얼결에 '결식과 극기'가 되어버린 듯하다.
어제도 점심, 저녁을 사먹지 못했는데 오늘도 호텔에서 싸온 빵이랑 비스켓 몇개만 먹고 물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어느새 저녁이니 원.. 게다가 하루에 너뎃시간밖에 자지 않는 강행군의 연속.
물론 먹고 자는 것 보다 걷고, 보고, 즐기는게 좋다보니 일정이 이렇게 된거지만. ^^;

"다행이다. 우리 둘이 여행 스타일이 맞아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줘서 고마워~"


우린 서로 이렇게 고마워했다.
어찌나 긍정적인지..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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