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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6_스위스

2006.08.19 - 인터라켄(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

'젊은 처녀의 어깨'를 뜻한다는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요흐.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역으로 유명하다는 이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열차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역에 내리니 차가운 칼바람이 휭~하니 불어오는것이 높은 곳에 올라오긴 했나보다.
겨울 파카에 털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 '준비된' 관광객이 있는가하면
보는 사람까지 춥게 만드는 반바지, 반팔 차림의 준비 부족 관광객들도 보인다.
하이킹 할때 더울것을 생각해서 반팔 위에 잠바를 걸치고 올라왔는데.. 추웠다;;
역에 도착하자 빨간 털모자를 꺼내 쓴 센스쟁이 내친구.
'나도 모자라도 하나 가져올걸 -_-a'

전망대

순식간에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하니 창밖이 온통 구름인지 눈보라인지로 뿌옇게 보였다.

'헉뜨.. 맑은 날에 올라와도 아무것도 못볼 수 있다는건 이런걸 말하는거였군!'

하며 살짝 걱정스런 마음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오.. 완전 한겨울이네..
사방이 온통 뿌연 전망대에서 대체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하나싶어 한 2분정도 난감했던것 같다.
어느 순간 바람부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말이지 무대위의 막이 올라가면서 막 뒤에 감춰졌던 무대가 나타나듯이
그 뿌연것들이 옆으로 싹~~~~~ 걷히면서 저 앞에 눈덮인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두근두근!
어머낫! 어머낫! 어머나나나낫!!!!
아무생각 없이 걷고 있었던 발 밑으로도 바람이 한번 부는가 싶더니
구멍이 숭숭 뚫린 발판 아래로 낭떨어지가 또 나타난다.

여기가 바로 융프라우요흐!!! > _ < 꺄아~~













전망대에서 내려와 눈덮인 산을 밟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아 눈부셔 아 눈부셔~


언제 이런 눈을 또 볼까싶어 체면 불구하고 눈밭에 대자로 뻗어도 봤다.
융프라우에 올라오면 꼭 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눈밭에 누워서 사진찍는 거였는데..
나 좀 유치한가? ^^
그래도 소원성취하니 좋다. 히히.
춥고 눈이 부셔서 그 웅장한 설경의 장관을 오래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내 온 몸으로.. 아니 등짝으로 접촉해주고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

얼음 궁전

입구부터 출구까지 얼음으로 길을 내놓고 아기자기한 조각들로 장식해놓은 얼음'굴'로 들어섰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일본 아줌마 관광객들이 어찌나 호들갑을 떨면서 사진을 찍고 있던지..

"일본인들 원래 저렇게 오바야?"
"응. 완전 오바쟁이들이야."

쉴새없이 가와이~ 스고이~ 를 외친다는 일본인들.
내 눈에는 살짝 오바로 비치긴 했지만 소녀같은 그 행동들이 밉지는 않았다.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고나 할까 ^^;
거대한 냉장고 같은 얼음 궁전에서 운동화로 슥슥 미끄러져 걸어가며 얼음 조각들과 한껏 포즈 취하기~

     

찬 공기를 계속 마셔댔더니 따뜻한 음식 생각이 절로 났다.
융프라우 역에 내리자마자 날 유혹했던 사랑스런 그 라면 국물 냄새!
한국인을 위해 매점에서 신라면을 팔고 있었는데
여행사를 통해 오는 한국인은 대부분 이 신라면의 공짜 쿠폰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매점이 어디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라면 냄새를 따라 가서 그야말로 소중히 모시고 온 라면 쿠폰을 내밀었다.
꺄~ 이런 곳에서 컵라면이라니~ 으흐흐흐 + _ +
매점 한켠에서 벌어진 한국인들의 컵라면 잔치.
테이블과 의자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같은 일행이 아니어도 함께 자리를 하게 되는 정겨운 공간이었다.

"여기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그럼요 앉으세요. ^^"

자리에 앉고 보니 옆자리의 여학생이 낯이 익었다.

"어머, 어제 루채른 카펠교 근처에서 봤던 분이시죠, 맞죠?
우리 서로 사진 찍어줬잖아요 왜."
"아~ 기억나요, 체코에서 오셨다던 분들이구나~"


단지 이틀 연속 얼굴 마주쳤을 뿐인 여행객인데 고향친구를 만난것마냥 어찌나 반갑던지 ^^
덩달아 반갑게 느껴졌던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또 다른 남학생도 반갑게 웃으면서 초코렛 조각을 건낸다.

"이것좀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잠깐 얘기를 나눠보니 홀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 남학생은 대학 후배였다.
신방과 05학번. (아 좋을때다. 부럽다 ㅠ_ㅠ)
방학을 맞아 홀로 한달여의 여행중이라던 그 아이는 성격이 좋은지 다른 여행객들에게 말도 잘 붙이고
짧게 짧게 일정도 함께 하는 듯 했다.
컵라면 한그릇씩을 비우는 동안 옆자리의 한국인들에게 인사도 하고
서로의 일정을 물으며 정보를 교환하다가
마지막 국물 한모금을 아깝지만 다 마신 후에는
"즐거운 여행 되세요."
하며 각자의 갈길을 가는 여행객들.
아마도 우리 민족만이 공유할 수 있음직한 정서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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