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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2_프랑스

2002.2.9 - 로댕 박물관, 샤르트르 성당

일정 :

로댕 박물관
샤르트르 성당


여유롭게 시작된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오랜만에 밥을 해먹기로 했다. 메뉴는 비행기에서 기내식과 함께 나왔던 포장김치를 꺼내어 김치 볶음밥!! > _ < 아끼고 아껴두었던 김치인데, 더 이상 두었다가는 펑~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그 빵빵한 자태에 구멍하나 뽁 뚫고 새어나오는 김치의 쉰내를 맡아주면서 고 조그만 김치 뭉치를 아주 잘게 잘게 썰었다. 오.. 바로 이거야 이거~ 부슬부슬한 밥에 모자르기 짝이없는 김치를 잘게 다져 넣은 볶음밥이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맛있고 부러울 것 없는 한끼였다.


친절한 프랑스인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니 친절하니 어쩌니해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눈도 안마주치고 지나쳐가기 일쑤인데 프랑스 사람들은 처음 만나도 어쩜 이리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지 모르겠다. 우리야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일 뿐인데도 엘리베이터며 복도에서 마주치는 프랑스 인들이 하나같이 웃는 얼굴로 봉쥬르~ 하고 인사를 해준다. 그리고 그 밝은 인사에 하루종일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이다. 북적거리는 지하철 역에서는 당연히 밀쳐지기도 하는거겠지만 꼭 빠흐통~ 하며 미안하단 뜻을 전하는 프랑스인들! 늘 무뚝뚝한 얼굴로 땅만 보고 걷던 내 모습이 떠올라 살짝 챙피했다.


로댕 박물관


로댕박물관에 도착하니 딱 9시 반. 어쩜 이리 문 여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것인지 훌륭한 타이밍이지 뭐야. 정원에 들어서니 왼편으로는 지옥의 문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그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이 보인다. 깔끔하게 꾸며진 정원수 사이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고 앉아 있는 생각하는 사람.. 춥겠다;


로댕의 조각들, 소묘 작품들, 그리고 로댕의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의 작품들.. 나야 모 조각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닌지라 어떤 것이 어떻게 잘 만들어졌는지 이런거야 모르지만 로댕의 작품에는 왠지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신의 손 안에서 키스를 하는 남녀 조각상 너무 멋졌다.

샤르트르 성당


다음 목적지는 샤르트르 성당. 높은 건물과 첨탑, 긴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특징으로 하는 가장 전형적인 고딕성당이다. 이 성당은 높은 창에 짜넣은 176개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거대한 장미창으로 서쪽 정면은 최후의 심판을, 남쪽은 영광의 그리스도를, 부쪽은 성모를 주제로 하고 있다. (네이버 참고)


부르델 미술관을 찾아갈 때 만큼이나 이동 거리도 길고 참 많이도 헤매면서 찾아간 그곳. 파리 리옹 역으로 갔다가 몽빠르나쎄로 가야 한다기에 다시 몽빠르나쎄로 가고.. 열차 시간을 확인하는데까지 꽤 많이 물어물어 찾아가느라 피곤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의 험블한 영어때문 ㅠ_ㅠ) 게다가 하필이면 밝은 바지에 얇은 니트 걸치고 우산도 안들고 나온 오늘같은날 비도 많이 오고 쌀쌀한 건지.. 그래도 무사히 성당까지 도착. 높고 높은 성당 건물을 고개를 확 뒤로 젖혀 바라봐주면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언 몸을 녹이면서 그 유명하다던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해주었다. 날씨가 흐린 탓에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성당이라는 곳은 본래 무덤 위에 세워지는 곳인데, 새로 세워지는 성전은 시신을 모시기보다는 성인들의 옷가지나 신체의 일부 등을 가지고 세워지곤 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성당에서 시신이 안치된 곳을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어느 성당을 가도 누군가의 시신이 모셔진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샤르트르 성당도 그러했다. 그 언젠가 사제였을법한 분이 조용히 잠든 가운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관광객들이며 신자들이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다.

성당 한 가운데로 큰 조각품이 있고, 내부 벽의 둘레를 따라서 성서 내용이 조각되어 있는 구조였는데, 성서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조각으로 바라보면 성서를 통해 읽었을 때 보다 그 생생함이 더욱 와닿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