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유럽 여행을 떠나는 긴 비행 시간 중에 읽을 책을 고민하던 참에 후배 녀석이 이 책이 딱이라며 추천해 주었다. 수필을 참 재미있게도 쓰는 하루키의 3년간의 유럽 여행기. 정말이지 유럽여행에 딱 맞는 책이지 뭔가.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 오가는길에 잘 읽었어. ^^
하루키의 수필을 읽다보면 가끔씩 풋 하고 웃음이 번지곤 하는데, 다섯살 꼬마아이가 내 바짓자락을 붙잡고 올려다보면서 "왜 신호등은 걸어다니지 않아?" 라는 식의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기이하고 괴상한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책이 좀 두꺼워서 여행가방에 넣고 가기엔 살짝 부담이 되긴 하지만.. 큰 짐 없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읽어들 보시길 ^^
"비 오는 날 아침에 글을 쓰면, 왜 그런지 비 오는 아침과 같은 느낌의 글이 되어버린다. 나중에 아무리 손을 봐도 그 글에서 아침 비의 내음을 지우기는 어렵다. 양들이 모조리 사라진 쓸쓸한 방목지에 소리 없이 내리는 비의 내음. 산을 넘어가는 낡은 트럭을 적시는 비의 내음. 내 글은 그런 비 오는 날 아침의 내음으로 가득 차 있다. 반은 숙명적으로."
비행기 앞좌석의 테이블을 끌어당겨 그 위에 쓰다만 일기장을 덮어놓고, 다시 그 위에 책을 펼쳐들어 읽고 있던 내가 가장 크게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다. 여행을 가서 꼭 그날 일기를 써야만 마음이 놓이는 것은 그때 쓴 그 글은 그때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어서 쓴 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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