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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7_터키

2007.07.16 - 파묵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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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로 이동중=3

터키식 피자인 피데로 점심 식사 해결 후 작은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했다. 신나게 돌아다니느라 잊고 있었지만 야간 이동으로 몸이 은근 피곤해 하는 상태에다가 배도 부르겠다, 버스 안 에어콘도 시원하겠다, 졸음이 솔솔 밀려왔다. 한국에선 종이컵 하나만큼의 양도 비싸서 못먹던 체리를 터키와서 싼값에 실컷 먹겠다며 1kg씩을 사들고 버스에 올라 신나게 체리 꼭지를 똑똑 따먹으며 수다를 늘어놓던 사람들. 어느새 한명 두명 잠이 들고 여행 내내 수줍어서 말수가 적던 꼬맹이 둘만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스무고개를 즐기고 있다.

"미국입니까?"
"아닙니다."
"영국입니까?"
"아닙니다."
"터키입니까?"
"아닙니다."
.....


잠결에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나라 맞추기 스무고개 중인가보다.
그래 맞아. 나도 어릴때는 차만 타면 신이 났었던 것 같아. 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기회가 되면 그 좁고 불편한 자동차 안이 무슨 캠핑장이라도 되는 양, 고 안에서 할 일들을 열심히 준비하곤 했으니까. 만화책을 싸들고, 자그마한 게임 도구들을 챙기고, 간식거리도 빼놓지 않고.. ^^ 차 안에서 웃고 떠들고, 노래부르고, 게임하고... 그러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 즈음엔 오히려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그대로 누워 잠들고 싶었던 내 어린시절. 아이들에게 자동차는 훌륭한 놀이공간이 되는 것 같다.
지금이야 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움직이는 수면실 정도의 존재로 전락해버렸지만.. ^^;

도로 양편으로 넓은 평지가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샌가 저 앞에 산이 나타났다. 어딜 가도 볼 수 있을법한 평범한 경치의 산 한켠에서 한눈에 봐도 '저기가 파묵칼레구나' 싶은 지형을 발견! 웹서핑을 하면서 많이 본 바로 그 눈 덮인 듯 하얀 파묵칼레에 도착한 것이다. + 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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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온 몸과 콧속으로 훅 들어오는 뜨겁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 터키여행을 하는동안 가장 햇볕이 뜨거웠던 곳이 바로 파묵칼레였다.

그 뜨거운 공기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마른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입구에서  커다란 종이를 원통형으로 둘둘 말아 코와 입을 갖다대고 숨쉬고 있는 기분??

"와 덥다. 더워; 얼굴 타면 안되는데~~~ - ㅠ -"

팔다리야 이미 벽돌 한트럭 나른 짐꾼마냥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어떻게든 얼굴이라도 최대한 보호해보겠다고 손수건과 선글라스와 모자를 죄다 사용했다. 휴가 끝나고 사무실에 앉아 코 끝이 벗겨지는걸 보고 있기는 너무 싫어서;;;
(누가 이사진 보고 탈레반 같다고 그랬는데...  총은 들지 않았다!! ㅋㅋ)

후덥지근한 날씨에 저렇게 얼굴을 싸매면 쪄죽지 않을까싶겠지만 너무나 신기하게도 땀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피부가 바짝바짝 마르는 건조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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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질의 온천이 흘러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 독특한 지형을 바라보고 있느라면 현실감마저 사라지는 것 같다.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기분!!

음.. 오딧세우스가 여행했을 법한 신기한 지형이야. 끄덕끄덕. 나는 왠지 저 물속에서 마녀 키르케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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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드러진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모든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산을 올라야 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어드는 순간 퍼뜩 떠올랐다.
 
앗!!!. 신발을 넣고 다닐 주머니같은걸 준비했어야하는건데..! 이런.. ㅠ _ ㅠ  

운동화를 신고 갔으니 샌들처럼 걸고 다닐 끈도 없고.. 한손으로 신발을 들고 한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하는 이 상황. 어쩔 수 없이 사진 찍을때마다 멈춰서 신발을 내려놓고 사진 찍고, 다시 신발을 들고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혹시 파묵칼레로 여행 갈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비닐봉투나 편한 주머니를 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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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시커먼 옷으로 휘감은 이슬람 여인들이 있는가하면 비키니 차림으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있었다. 사람 엄~청 많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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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쯤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쉬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고 (꼭대기라고 엄청! 비쌌다. ) 이 멋진 곳에 내가 와 있음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열심히 풍경을 감상해줬다. 이 멋진 곳이 갈수록 물이 말라가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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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주는 건 역시 식사지. 히힛
커다란 후라이팬에 치킨볶음밥을 한가~득 배불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