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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재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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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초상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친구에게 사달라고 졸라서 생일선물로 받고선 이제야 읽었다. 책의 제목도 마음에 들거니와(빌 에반스의 앨범 Portrait in Jazz 랑 같은 이름의 책이라니), 글과 함께 실려있는 와다 마코토가 그린 재즈 뮤지션들의 초상화도 앙증맞은것이 참 예쁜 책이다.

빌 에반스의 연주가 배경음악으로 깔려야 할 것 같은 Portrait in Jazz 라는 책의 제목과, 음악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은 하루키의 글,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와다 마코토가 그린 재즈 뮤지션들의 초상. 음.. 뭐랄까 두고두고 아껴먹고싶은 초코렛 상자같다고나 할까. 흐흐..

커다란 초코렛 상자가 있는데, 그 안에는 각각 다른 뮤지션의 그림으로 포장된 초코렛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다. 초코렛이라면 물론 포장지를 까서 먹으라고 있는 것이지만,  한번에 먹어버리기에는 아까워서 하루에 한개씩 그것도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개 집어 먹고 다시 상자를 예쁘게 닫아놓는 그런 초코렛. 포장지는 반듯하게 펴서 차곡차곡 모아두고 말이지... 그래서 이 책도 순서대로 읽지 않고 목차를 보면서 한명 한명의 뮤지션을 골라 읽었다.

총 26명의 재즈 뮤지션 소개와 하루키가 추천하는 음반, 그리고 감상이 적혀있다. 하루키의 책들을 읽으면서 음악을, 특히 재즈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걸 알긴했지만, 26명이나 되는 뮤지션들의 음반을 추천해줄정도면 이건 정말 보통 매니아가 아닌거지. 하긴 뭐 재즈바를 운영하기도 했으니깐.


내가 좋아하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연주에 대해 하루키가 이렇게 써놓았다.
(앨범으로 말하자면 Portrait in Jazz, Waltz for Dabby, Sunday at village Vanguard, Exploration 이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앨범들 속에 수록되어 있는 에반스의 연주는 훌륭하다. 인간의 자아가(그것도 제법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자아가) 재능이라는 여과장치를 통과하면서 희귀한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지상으로 똑똑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목차

Chet Baker - 쿨재즈에 녹아든 청춘의 숨결
Benny Goodman - 스윙재즈의 황금시대를 연 '스윙의 왕'
Charlie Paker - 모던재즈를 탄생시킨 비운의 천재
Fats Waller - 어릿광대의 가면을 쓴 진지함
Art Blakey - 독특한 초콜릿 빛깔의 검은 음악
Stan Getz - 천사의 날갯짓 같은 마술적인 부드러움
Billie Holiday - 온 지구를 스윙시킨 마법의 보컬
Cab Calloway - 독특하고 기괴한 스캣 창법의 보컬리스트
Charles Mingus - 전복적이면서도 시적인 음악
Jack Teagarden - 강한 호소력을 지닌 다정다감한 연주
Bill Evans - 백인 재즈 스타일의 보석 같은 연주
Bix Biderbecke - 단 3분의 연주 속에 우주를 담아낸 천재
Julian Cannonball Adderley - 인간미 흐르는 아폴론적인 음악
Duke Ellington - 음악의 평야를 두루 적신 음악의 수맥
Ella Fitzgerald - 스윙감 넘치는 윤기 있는 목소리
Miles Davis - 상실된 마음에 스며드는 통렬한 연주
Charlie Christian - 1년 9개월의 연주 활동이 남긴 위대한 음악 유산
Eric Dorphy - 달리풍의 그림이 어울리는 전위적 음악가
Count Basie - 뼛속까지 스윙하게 만드는 명랑한 고문자
Gerry Mulligan - 상처받은 영혼을 위유하는 음악
Nat King Cole -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목소리
Dizzy Gillespie - 재즈의 폭발하는 연기가 내뿜는 열정
Louis Armstrong - 전염성을 지닌 행복한 연주
Thelonious Monk - 미스터리한, 고독과 신비감의 음악
Lester Young - 싸구려 악기, 비상하는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