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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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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문학세계사

<살인자의 건강법>에 이어 두번째 읽은 아멜리의 작품. 다른 소설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두권은 모두 시종일관 두 인물의 '대화'로 진행이된다. 논리적이고 도발적인 대화 전개는 어느 누구의 싸움 구경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첫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닫을때까지 쉼없이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매력과 힘이 있는 책. 결국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멜리의 다른 책들이 더더욱 궁금해졌버렸다. 사야겠다. ㅎㅎ

이야기의 배경은 공항이다. 비행기 이륙시간 지연으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제롬 앙귀스트에게 갑자기 한 무례한 사내 텍스토르 덱셀이 다가온다. 그리고 거침없이 질문을 해대고 제롬을 도발하는데, 처음엔 그저 귀를 막고 무시하려 한 제롬이지만 대화가 지속될수록 어느 곳으로도 피할 수 없는 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부분은 나름의 반전 상황으로 읽다가 뜨악 했다. (※스포일러성 글이 될수도 있으니 주의바람!!) 책을 좀 더 천천히 읽었더라면 짐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정말 다다다다다 읽을 수 밖에 없었단 말이지... 소설은 재미가 최고라는 내 기준으로 보자면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살인자의 건강법>을 먼저 읽은지라 어쩔 수 없이 두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겹쳐 보이는 바람에 기운이 좀 빠지긴 했지만. 그만큼 두 소설이 비슷한데, 제롬은 타슈에, 텍스토르는 여 기자에 겹쳐진다.

중학교때 친구들이랑 옛 이야기를 하다가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수학여행 갔을때 말이야, 나 자고 있을 때 내 얼굴에 치약 바르고 좋아했던거 기억나? 나 사실 그때 정말 화났었어."
헉. 그런일이 있었단 말인가? 진심으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앗 너무 늦었지만 미안해. ㅠ_ㅠ "
라고 말했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거로 보아 나에게 불리한 상황은 잊어버리는 시스템이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나보다. 뭐 그맘때쯤이면 심심찮게 하는 장난이긴 하지만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어느날 문득 장난을 당한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전해듣고 났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치약을 짜고 친구 얼굴에 바르고 좋아하던 나는 영원히 묻어두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마주하고야 만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하이드를 영영 추방해 버린 줄 알았던 지킬이 하이드를 만난다면? 하이드는 알고 있다. 지킬과 하이드는 어느 한 쪽만 살고 어느 한 쪽만 죽을 수는 없는거거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