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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기 <듕귁과 오뤤지>

 

듕귁과 오뤤지

고운기
샘터


재미있는 제목이다. 역사를 통해 현대를 바라보는 책. '역사'하면 벌써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위트있는 제목 때문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저자가 고운기 선생님이시라니까.  :)

대학 마지막 학기에 '독서와 토론'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었다. 논어, 동방견문록, 중국신화, 봇짱, 향연 등 제목은 익숙하지만 논술 과제가 아니고서는 펼쳐본 적 없는 고전을 주로 읽는 수업. 그리고 각자의 느낌도 이야기하고 선생님이 던져주시는 주제에 대해 생각도 해보는 그런 수업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고전을 읽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었고, 책읽기가 이렇게 재미있는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열댓명쯤 되는 수업 인원 수 덕분에 모두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잔디밭에 둘러앉아 토론하고, 공대생, 의대생, 인문대생 등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로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다. 그것도 술자리에서 왁자하게 떠드는 수다가 아닌 진지한 토론으로. 고운기 선생님이 바로 이 수업을 진행해주셨다.
 
<듕귁과 오뤤지>에 담긴 글들은 4년간 월간 <샘터>에 실었던 글들을 모은 것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경험등을 곁들이고 있다.

'세종 15년 정월 초하루의 풍경'에서는 세종은 어떻게 정월 초하루를 보냈을지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18세기의 욘사마 이언진'에서는 조선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사신 중 특히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통역관 이언진을 '욘사마'에 빗대어 소개하기도 한다. 임금이 나라일을 잘못 하거나 큰 우환이 생겼을 때 성균관과 사학의 유생들이 광화문 밖에 모여 곡을 하였다 하는데 이 장면과 광화문 앞 촛불시위를 연결해보기도 한다.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