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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6_체코

2006.08.16 - 프라하 (아기예수 성당)

Praha

복잡한 골목 사이에 단촐하게 서 있던 아기예수 성당...
입구에서부터 고요함과 경건함이 가득 느껴져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문을 살짝 밀고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성당 내부에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프라하 성의 비트성당처럼 웅성거리고 플래시가 터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각자 조용히 제단을 바라보며 앉아 있거나
성물 판매소에서나 보았던 바로 그 아기 예수 상 둘레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아기예수 상 둘레의 독서대에는 각국의 언어로 기도문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마다 자신이 읽을 수 있는 언어를 택하여 기도문을 읽으며 기도하거나
두 눈을 꼭 감고 자신만의 기도를 드리던 그 모습에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들면서 코끝이 찡해졌다.
여행 중에 만나는 이런 간절함들이 더 크게 마음에 전해졌기 때문이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기예수 성당의 유래.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Cordoba)와 세비야(Seville) 사이에 있는 과달카비르(Guadalqivir)지역에는
옛날부터 스페인 땅에서 유명했던 수도원이 있었는데
회교인들에 의해 파괴되어 그 후에는 폐허 위에 몇 명의 수도자들만이 살고 있었다.
그들 중 아기예수에 신심이 깊은 요셉 수사가 어느날 비질을 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웬 아기가 나타나 유셉수사에게

"요셉 수사님, 정말 비질을 잘하시네요. 바닥이 눈부시게 번쩍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지금 성모송을 기도하실 수 있으세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수사는 곧바로 성모성을 암송했다.

"..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이 구절에 이르렀을 때 그 아이가 갑자기

"그게 바로 나에요."

라고 외쳤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자신 앞에 서있는 아이가
바로 아기예수님이시라는것을 깨닫는 순간
그 아이는 곧바로 사라져버렸다.
그후 요셉 수사는 아기 예수님께 대한 그림움으로 가득 찼고
다시 그 아기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고독의 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모습대로 밀랍 인형을 만들어 주세요."

그는 그의 모습대로 밀랍인형을 만드는 것이 그의 거룩한 의무라고 느끼며
사랄ㅇ에 넘치는 두 손으로 그 아기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기가 사라진 뒤 기억을 더듬어가며 인형을 만들던 중
한 무리의 천사들에 둘러싸여 그 아기가 또 다시 나타났다.

"나입니다. 내가 왔어요. 이제 이 작품은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어요.
나를 쳐다봐요. 이제 당신은 내가 지닌 천상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밀랍에 새길 수 있어요."


그는 그 아기의 모습대로 밀랍에 형을 새겼고 작품을 완성한 그는 그 자리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두었다.
수도원장은 성대한 행렬을 갖추어 그 밀랍 상을 성당에 모셨다.
그런데 요셉 수사가 죽은 다음날 밤, 요셉 수사가 수도원장 앞에 나타나 말하였다.

"부족한 제가 만든 이 아기 예수 상은 여러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일 년 후에 도나 이사벨라 후작 부인이 와서 이 천상 아기를 모셔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를 곧 따님인 마리아에게 결혼 선물로 주게 될 것이고
마리아는 이 아기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머나먼 보헤미아 지역으로 모셔가게 될 것입니다.
그곳 프라하에서 아기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의 경배를 받을 것이며
암담한 날들에는 도움을 많이 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선택한 그 땅에 은총과 평화와 자비가 내릴 것이며
이 아기는 그 나라를 사랑과 지혜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민족과 나라들로부터 '은총이 충만한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 이라 불릴 것입니다.
이 아기 예수님께 청원하는 모든 이에게 축복과 도움이 함께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스페인에서 옮겨져 프라하에 정착하게 된 이 아기 예수상은
약 60Cm 정도의 크기에 나무로 조각되어 그 위에 밀랍이 씌워져 있다.
세 살 정도의 아이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값비싼 대관식용 외투를 걸치고
머리에는 큰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씌여 있다.
왼손에는 십자가가 달린 지구의를 들고 있으며
오른손은 축복을 내리 듯 위로 들고 있고
미소를 머금은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