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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주삭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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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마커스 주삭
문학동네

요즘 나오는 책들은 디자인도 어찌나 예쁜지! '책도둑'이라는 제목도 흥미롭거니와 커다란 책을 배경으로 서 있는 꼬마아이와 죽음의 신,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라는 띠까지 두른 이 책 참 예쁘다.  '뭐 재미있는 소설 없나?' 하며 서점을 기웃거리는 나같은 사람이 낚아채기에 딱인 것이다.

이야기는 2차대전 아래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많고 많은 전쟁 이야기 중의 하나. 그렇지만 책도둑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역시 '화자'의 설정이다. 표지 그림에서도 힌트를 주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죽은 사람을 들어 나르는 '죽음의 신'이 풀어나가고 있다. 죽음의 신이 줄곧 관찰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책 앞에 서 있는 소녀 리젤이고 그녀가 바로 책도둑이 된다. 이야기의 주 골격이 표지 그림에 모두 담겨 있는 셈이다.

사실 처음에는 예뻐서 집어들었지만, 배경이 배경인지라 과연 두권짜리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을 전해줄 것인가를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울 준비'를 하고 읽었다는 뜻이다. 굳이 죽음의 신까지 등장하지 않는다해도 전쟁과 죽음, 또 죽음과 슬픔은 뗄래야 뗄 수가 없으니까...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고, 숨어 있던 유태인이 발각될지 모르고, 또 언제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모두 자신만의 소중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당장 내일 일이 어찌 될지 모른다 할지라도 지금 함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드는 추억.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리젤의 이야기가 저릿저릿 마음 아팠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너무 독특한 설정에 집착한 탓일까? 죽음의 신이 '나 죽음의 신이야~'라고 중간중간 확인시켜 주는듯한 등장이나 왜 굳이 번역을 안하고 그대로 사용했을까 싶은 독어는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꽤나 방해가 됐다. 독특한 설정이 재미있지만, 뭔가 어설픈것 같아 아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