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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5_캄보디아

2005.8.29 - 앙코르와트 등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구경을 하고 온 오전 일정을 마치고 또 다시 찾아온 점심시간 ^-^ 올드마켓의 Le Grand Cafe 라는 레스토랑을 선택해 들어갔다. 종업원들이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유니폼을 맞춰 입고, 테이블에는 연꽃까지 장식되어 있는 예쁜 레스토랑이었다. (그러나 역시 바깥과 뻥 뚫린 구조 탓으로 이쁘게 장식된 테이블 위에는 먼지가 가득;; 켁) 우리가 시킨 메뉴는 스파게티랑 파니니, banana flower 샐러드였는데 바나나 꽃이 뭐였을까가 아직도 궁금하다 -_-a 역시나 저렴한 가격에 한상 푸짐하게 나오니 캄보디아는 좋은나라~ 흐흐..

무더운 한낮의 더위를 피해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땀에 젖은 옷도 갈아입고..
오후 일정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행이다!! 꺄아~ 두근두근 +_+

앙코르 와트 (Angkor Wat)


씨엠립에서 북쪽으로 약 6Km에 위치해 있으며 앙코르의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앙코르는 '도읍'이라는 뜻이고 왓은 태국어로 '사원'이라는 뜻으로 앙코르 왓은 '사원의 도읍'이라는 뜻이 된다.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12세기 전반에 약 30년에 걸쳐 건축되어 힌두교의 비슈누에게 봉헌되었다.

아아.. 드디어 아끼고 아껴서 보려고 다른 유적지에 가는길에 지나치게 되면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던.. 앙코르 와트에 도착!! > _ < 어쩜 이동하는 동안 비가 또 내리는가 싶더니 우리가 택시에서 내리니까 거짓말처럼 비가 개었다! 나이스~ 비온 후의 촉촉한 기운으로 한결 상쾌하게 사원에 들어서게 된 우리~
"웬일이니 우리가 앙코르와트 가려고 하니까 비 딱 그치는것좀 봐~"
완전 호들갑 떨어주기! ^-^;

참배의 길

앙코르 왕조가 멸망한 후 정글 속에 잠들어있던 이 거대한 사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놀라움이 어땠을까를 상상해본다. 표본 채집을 위해 정글속을 탐험하고 있던 프랑스의 박물학자. 말 그대로 정글을 해치며 돌아다니다가 눈앞에 떡하니 앙코르 와트의 웅장한 몸체와 해자가 나타났다면.. 나처럼 겁많은 사람은 머리 여섯개 달린 뱀이랑 사자상만 보고서도 식인종이 나타나지 않을까 벌벌 떨면서 도망쳤을듯...




사원 입구의 해자를 가로지르는 '참배의길'을 건너면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저 앞에 노란 승복에 맞춰 노란 우산을 들고 가는 센스쟁이 스님도 보인다. 힌두교 사원에 불교승이라니.. ㅎㅎ 해자를 건너 성벽처럼 둘러쳐진 입구로 들어서니 이제 정말 사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좌우의 초록빛 풀밭 위에 자리한 도서관과 앙코르와트의 그림자를 담고 있는 호수, 그리고 앙코르와트!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그 큰 규모가 모든 소란스러움을 잠재워 고요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었다. 오우.. 이 무시무시하게 큰 돌덩어리가 이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를 먹여살리는 유적지라고 생각하니 한마리의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1층회랑

앙코르와트는 총 3층의 회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의 회랑은서→남→동→북→다시 서쪽의 방향으로 돌면서 부조를 감상하게 된다. 이때 정말 중요한건 힌두 신화의 두 축인 '라마야나''마하바라타', 그리고 캄보디아의 역사적인 배경을 미리 공부해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누군가 앙코르 유적을 보러 간다고 하면 절대로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래 여행이 아는만큼 보는법이지만 특히나 앙코르 유적에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 부조들이 많기 때문에 끝이 없을것만 같은 부조를 감상하며 숨은그림찾기라도 해보려면 미리 사전 지식을 익히는 것이 꼭 필요하다.

1층 회랑은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제대로 보려면 하루가지고는 택도없고, 중요한 볼거리 중심으로 감상을 했다.


염라대왕

지옥

지옥


위의 사진은 천국과 지옥 부조편. 팔이 여러개 달리신 염라대왕이 죄인들을 심판하고 있다. 두둥~~ 지옥의 고문 장면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찍은 사지들은 죄다 지옥이다.; -_-a 아 저 끔찍한 고문들을 좀 보아~~ 대략 혀 뽑기, 온 몸에 못질하기, 불에 달구기, 꼬치구이처럼 줄줄이 꿰고 다니기 등의 고문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윽..

자 이쯤에서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 하나! 아래 사진은 앙코르 와트의 가장 유명한 부조 회랑으로 인도의 창조 설화인 '유해교반(젖의 바다 휘젓기)'를 나타내고 있다. 악마들과 신들이 전쟁을 벌이는 중, 비슈누가 이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해 젖의 바다를 저어서 불로장생의 약인 암리타를 찾자고 제안하였다. 그래서 신들과 악마들이 싸움을 그만두고 함께 아난다라는 괴물의 머리와 꼬리를 잡고 열심히 우유의 바다를 젓는다는 내용의 신화다. 머리쪽을 잡고 휘젓는게 악마들이고 꼬리쪽을 잡고 휘젓는게 신들이다. 이렇게 우유의 바다를 휘젓고 있는 동안에 희망을 주는 암소 '스라브히', 천상의 무히 '압사라', 생명의 이슬 '아무리타' 등이 나왔다고 한다.


유해교반(악마)

거북이로 변한 비슈누

유해교반(신)


이게 다 준비해간 책들과 프린트물 덕분에 찾은 숨은그림들!

2층 회랑

압사라

1층에서 워낙 집중을 많이 한 탓에 2층에도 끝없는 부조가 있으면 대강 보고 지나쳐야겠단 생각을 하고선 계단을 올랐다. 다행히 2층은 외벽의 압사라만 봐주면 될듯한 분위기~

천상의 무희라는 압사라 언니들이 2층 외벽 가득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2층 회랑의 널찍한 터 가운데로 우뚝 솟은 3층의 신전들을 바라보며 (저긴 또 어떻게 올라가나 걱정하며;)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돌 위에 앉아본다. 이 커다란 돌덩이들은 다 어디서 옮겨온걸까? 그리고 어쩜 이리도 반듯하게 바닥을 만들고 저 높이까지 쌓아올린걸까. 너무너무 비인간적이야~~ >_< 앉은 자리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계단내려가기

계단올라가기

한숨 돌렸으니 마지막 남은 한층. 3층으로 올라가봐야지..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 저 앞에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모습은 거의 뭐 뽈뽈뽈-3 벽을 기어오르는 수준 아니야~ 아무리 신전 꼭대기라고 하지만 앙코르의 왕은 발이 가로로 길게 생겼단 말인가! 버럭!! 신에게로 향하는 계단은 쉽게 올라서는 안되기 때문에 계단 폭을 좁게 지었다고는 하지만 완전 미친 계단이다;; 그나마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난간에 의지하여 겨우 3층에 도착. (그런데!! 우리의 택시기사.. 팔짱을 끼고선 계단 가운데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저 여유로운 자태라니..)  내려갈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저~멀리 보이는 앙코르와트의 해자와 그 너머의 캄보디아 땅을 우아하게 바라봐주었다. 완전 분위기 짱에 가슴 뭉클 감동 백배다. 아.. 내 평생 이 광경을 또 볼수 있는 날이 올까? 정말로 '앙콜' 하고픈 순간이었다.
앙콜! 앙콜!

프놈 바켕 (Phnom Bakeng)



67m 높이의 언덕 위에 있는 사원으로 앙코르 주변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앙코르 유적 가운데 최초로 층으로 쌓은 사원으로 꼭대기층에 5개의 신전을 세웠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어 저녁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앙코르 사원 건너편에 있는 프놈 바켕. 일몰이 아름답다하여 일정의 마지막으로 잡아둔 곳이다. 사원까지 올라가는 동안에 해가 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조급함에 쉬지 않고 한달음에 열심히 언덕을 올라갔는데 다행히 사원에 올라가고 나서도 한참 있어야 해가 졌다. 우리가 좀 오바했나보다. 흐흐..
일몰을 기다리며 사원 여기저기에 걸터앉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보였다.


다 쓰러져가는 낡은 사원이지만
너무나도 정갈하게 심어져 있는 저 화초들..
사원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조그만 캄보디아 소년 하나가
꽃 한송이를 들고 와서는 불상 앞에 바치고
저렇게 이쁘게 손을 모으고 갔다.
네 소원이 뭔지 모르지만
꼭 이루어지길 나도 기도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