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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2006_체코

2006.08.15 - 체스키 끄루믈로브(3)

Cesky Krumlov


아침 일찍 버스가 출발했더라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았을걸..
12시에 도착해서 다시 4시 반에 버스 앞으로 집결해야 하는 일정인지라
마을에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급했다.


'일단 다리 건너서 마을 들어가면 에곤쉴레 미술관 가고, 그럼 1시쯤 되겠네
기념품 하나 사고, 1시 반쯤 성 들어가면 1시간은 넘게 봐야겠지?
시간 나면 마을 둘러보고..
아 놔.... 그럼 또 점심은 언제 먹나 -_-a'

머릿속으로 대강의 루트를 정해서 시간을 쪼개어보는데 영 신통한 루트가 나오질 않는다.

마침 한무리의 관광객이 이곳저곳에서 우루루 바삐 모여 한줄을 이루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기로 가는것이 대세인 모양이니 우리도 그곳으로 가기로 한다.

줄의 끄트머리에 가 서기 위에 잰 걸음으로 도로를 걷는 동안
흑연이 푹푹 패이도록 급하게 깎은 연필로 정신없이 루트를 휘갈겨 썼다가
지우개로 벅벅 지우고 또 다시 루트를 적고를 반복했다. (물론 머리 속으로)
1분 1초가 아쉬운 '바쁜' 여행객의 안타까운 현실 흑 ㅠ _ ㅠ
언제쯤이나 여유롭게 한곳 한곳을 정성들여 둘러보고 그곳의 공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걸까?

고 짧은 시간동안에도 이런저런 생각들로 해골이 복잡할즈음 사람들로 꽉 찬 좁은 길에 도달했다.
아니 근데 이게 모람...
사람들이 모인 곳은... 다름 아닌..
공.짜.화.장.실 이었다. -_-;;
체코의 공중 화장실은 대개 유료로 사용해야 하는데 마침 이곳에 공짜 화장실이 있어 다들 우루루 몰려든 것이었다.

에곤쉴레 미술관

하마터면 미술관인지 모르고 지나칠뻔했다. '독일 문화와 예술' 교양 수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에곤 쉴레 어머니의 고향이 바로 이곳 체스키 끄로믈로브란다.

일용할 양식

여행와서 처음으로 사먹는 식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곳에 엉덩이 붙이고 먹는 첫 끼니)
짧은 시간안에 해결해야 하는 여행이라면 음식이든, 건물이든, 도로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한가지에 중점을 두고 돌아다닐 필요가 있다. 물론 내 경험상 그렇다는 얘기다.
내 경우에는 '많이 돌아다니기'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데, 덕분에 여행중에는 식사를 대강대강 때우게 되곤 한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눈이 반짝거리는 나에겐 정말 대단한 일이거든~)
사실 성안까지 둘러보려면 시간 여유가 없긴했지만... 어제도 점심을 모른척했던지라 오늘은 살짝 챙겨보기로 한다.

체스키 끄루블로브의 광장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오리고기칠면조가 들어간 샐러드, 달작지근한 아이스티 한병을 시켰다. 야외에 앉아서 운치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찌나 벌들이 달려들던지 달달한 아이스티를 시키는게 아니었다.
얼른 빨아먹고 가버리라고 병을 달려드는 벌에게 갖다 바쳐도 병에 앉았다 컵에 앉았다하면서 끊임없이 웽웽..;; 테이블 위에 떡하니 화분도 놓여있었으니 (꽃병이 아니라 화분!) 이건 뭐 벌들에게도 훌륭한 잔칫상이지 뭔가.

아이스티 한병을 따놓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칠 무렵 음식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 가득 푸짐하게 담긴 고기와 샐러드, 빵.. 사진을 보면 상상되는 바로 딱 그 맛이었다. (왜 음식이라는게 보자마자 아 이건 대충 이런 맛이겠구나 싶은 그런 맛이 있잖아?)
나름 맛있게 배불리 먹고 한사람당 185코룬씩 냈으니 우리 돈으로 8000원쯤 되는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갛고 파랗고 노란 건물들이 퍼즐을 맞추듯 깍둑깍둑 썰어서 딱 맞게 끼워져있다. 와 이 사람들 건물을 정말 빈틈없이 세워놓는데에 훌륭한 재주가 있구나 싶다.

공연을 위해 세워놓은 무대세트같았다. 앞에서 보면 창문도 있고 있을거 다 있어 보이지만 정작 뒤로 돌아가보면 나무기동 몇개가 앞판을 떠받치고 있는 그런 세트..